생각과 느낌

고지전. 치열했던 한국전쟁의 마지막 날.

평소남 2022. 2. 2. 10:30

애록고지를 차지하려는 악어중대와 북한군의 전투.

1950년 6월 25일 시작되었던 한국전쟁은 1953년. 양측의 큰 희생 속에서 휴전을 맺기 위해 여러 의견들이 오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상황 속에서도 남한과 북한은 보다 많은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하나의 고지를 놓고 서로 빼앗고 빼앗기는 전투를 계속한다. 난항을 겪는 협정 진행 중, 전방 최전선의 애록고지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중대장이 시신으로 발견되고 이 시신에서 아군의 총알 발견되면서 상부는 이번 사건이 내부에서 적과의 내통이 있었다는 의심을 하게 되고 강은표 중위에게 해당 사건을 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렇게 새로 부임한 중대장과 함께 최전선 애록고지로 향하는 강은표. 그는 그곳에서 죽은 줄 알았던 친구 김수혁을 만나게 된다. 수혁은 2년 사이 이등병에서 중위로 진급하였고, 해당 애록고지 작전을 담당하는 악어중대의 실질적인 리더로서 지내고 있었다. 그렇게 반가운 재회를 한 두 사람. 하지만 악어중대에서 지내고 있는 동안 은표는 이상한 느낌을 받게 된다.

 

새로 부임온 중대장에서 경례조차 하지 않는 사병들. 가장 치열한 최전선에서 거리낌 없이 놀고 있는 아이들. 춥다면서 북한 인민군복을 입고 있는 병사들. 갓 20살이 된 청년이 해당 부대의 대위로 있는 등.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인 상황이었고, 혼란스러운 상황. 은표는 이런 사실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조용히 악어중대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전투 중 다시 한번 고지를 탈환하게 된 악어 중대. 전투의 승리를 만끽하던 중 은표는 부대원들이 어디론가 이동하는 것을 보고 그것을 쫓아가고 그곳에서 술을 먹으면서 북한군의 물품을 사용하고 있는 보게 된다.

 

내부에서 적군과의 내통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부의 이야기를 떠올리고 흥분하는 은표. 그리고 수혁으로부터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듣게 된다. 몇 번이고 주인이 바뀌는 애록고지에서 어느 날 악어중대원들은 상자에 음식, 술, 담배 같은 물품들을 넣어놓은 상태에서 북한군의 기습에 후퇴하게 된다. 그러다 다시 애록고지를 탈환하고 자신들이 물품을 넣어놨던 상자에 있던 것들은 전부 빼앗기고 똥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보고 격분하게 된다. 이성적인 상태였다면 부비트랩을 설치했겠지만, 그날따라 극도로 흥분하여 쪽지에 온갖 욕을 써놓고 집어넣었고, 며칠 후 고지는 다시 북한군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도 다시 재탈환한 고지에서 중대원들은 이번 상자에서 미안하다는 쪽지와 함께 고급술이 들어있었고, 그와 동시에 북한군의 편지들이 들어있었다. 그 편지는 남한에 가족을 두고 온 북한군들이 가족에게 전달해달라는 편지였고, 악어중대는 북한군의 편지를 전부 전달하기로 한다. 이 후로 악어중대와 북한군은 고지가 바뀌는 와중에도 서로의 물건을 전달하였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르게 된 것이었다.

 

전장의 참혹함 속에서 적군과의 교류는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이러한 사연을 알게 되면서 은표는 이 사건에 대해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사건을 계기로 은표는 악어중대원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지를 탈환하기 위한 전투는 더욱더 치열해지고, 사사건건 자신의 의견에 반기를 들고 단독행동을 하는 악어중대원들의 모습이 못마땅했던 신임 중대장은 주변의 의견은 무시한 채 무모한 작전지시를 진행시키고, 전황이 불리해지면서 모든 중대원들이 전멸할 위기에 처하자, 수혁은 신임 중대장을 사살한다. 그 모습을 본 은표는 그제야 이전의 중대장이 왜 죽었는지를 깨닫게 되고, 상관을 살해한 죄로 수혁을 죽이려 하나, 긴박해지는 전쟁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 악어중대원들과 함께 은표의 지시를 따라 움직인다. 가까스로 후퇴에 성공한 악어중대. 하지만 뒤이어 나타난 북한군의 저격수. 코드네임 2초에 의해 수혁은 죽게 되고, 은표는 수혁의 시체를 업은 채 부대에 복귀. 그와 동시에 정전협정이 발표된다.

 

전우들의 죽음. 그리고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에 살아남은 악어중대원들은 슬픔과 안도감에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이 후 잠시 동안 적이었던 북한군을 만나지만 싸우지 않고, 서로 앞으로는 잘 살아라 하면서 헤어지게 된다. 그렇게 끝이 날 것 같았던 고지전. 하지만 상층부에서 단 하루. 서로 간의 영토를 결정하기 위한 마지막 전투를 지시하고, 악어중대와 북한군은 최후의 전투를 준비한다. 과연 이 전쟁에서 살아남는 사람들은 누가 될 것인가?

 

시대적 고증에 맞물린 아쉬운 흥행.

영화에서 언급되는 포항 철수작전, 휴전의 장기화, 고지전에서의 중공군 미출현 등 실제 역사와는 다른 점이 꽤 있고 이로 인해 역사학자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다. 실제로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였기 때문에 픽션물의 특징상 실제 역사와 비교하는 것은 약간 무리가 있다. 하지만 그런 고증과 맞물려서 흥행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있다. 손익 분기점이 400만 관객이었으나, 실제로는 294만 명으로 100만 정도 모자란 관객수를 기록하여 좋은 내용에 비해 제작비의 절반 정도밖에 이익을 얻지 못한다. 이는 그 당시 개봉하였던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이 큰 원인이기도 했을 것이다.

처절했던 마지막 전투. 그리고 절망.

대체 전쟁영화는 시작부분부터 시작해서 끝부분까지의 이야기를 다루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고지전은 전쟁의 치열함이 가장 낮은 후반부에 주목하여 전투가 더욱 치열해지는 이유를 전달한다. 그리고 그 효과는 탁월하게 나타난다. 무능한 상사들의 말도 안 되는 지시로 인해 생사가 오고 가는 상황 속에서 자신과 지내던 친한 사람이 어느 순간 죽는 것을 목격하고 절규하는 사람들. 그리고 최후에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살아남은 자신을 보며 허무해하는 등장인물을 보면서 전쟁의 잔인함과 결과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