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느낌

오즈의 마법사. 그리고 플라시보 효과

평소남 2022. 1. 15. 13:55

어느 날 갑자기 맞은 회오리바람으로 인해 오즈라는 세계에 떨어진 소녀. 도로시.

그녀는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한 방법을 찾던 중,

뇌를 가지고 싶어 하는 허수아비, 심장을 가지고 싶어 하는 양철로 된 나무꾼,

용기를 가지고 싶은 사자를 만나고 그들과 함께 오즈의 세계를 여행한다.

오즈의 마법사의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된다. 이 네 명은 저마다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도우면서 앞에 펼쳐져 있던 고난을 헤쳐나간다. 결론만 보면 이 이야기를 해피엔딩이다. 네 명 모두 그토록 자신이 원하던 것을 얻게 되었고, 이로 인해 만족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여기서 잠깐 각각의 캐릭터들을 비교해보면

 

도로시는 외부에서 왔지만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한 소녀이다.

허수아비는 신체적 능력은 낮지만 이 넷 중에서 가장 똑똑하다.

양철 나무꾼은 가장 힘이 세고, 심지와 마음이 올곧다. 다만 수시로 기름칠을 안하면 녹이 슬어 움직일 수가 없다.

사자는 맹수의 왕이지만 겁이 많아 도로시가 데리고 다니는 애완견에게 쩔쩔맨다. 이는 신중함과 중첩되어 가끔 위기를 모면하게 해 준다.

 

게임으로 따지면 난감한 파티 구성이다. 하지만 의외로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잘 보완해주어 스토리에서는 여러 위기들을 해결할 수 있게 한다. 그런데 이렇게 진행되는 스토리의 결말을 보면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이미 많은 경험과 지혜를 갖추고 말을 할 수 있는 허수아비는 생각을 할 수 있는 뇌를 원한다. 그리고 마녀로부터 톱밥이 든 가짜 뇌를 받고 기뻐한다.

올곧은 마음과 따뜻한 심성을 가진 양철 나무꾼은 사랑을 하고 싶다는 이유로 심장을 원하고, 마녀로부터 양철로 만들어진 심장 조각을 받고 기뻐한다.

겁이 많은 사자용기가 생긴다는 가짜 물약을 먹고 용기가 생긴 거 같다며 기뻐한다.

그리고 도로시는 자신이 있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빨간 구두를 얻고 원래 세계로 돌아간다.

 

그렇다. 독자로서 외부의 입장에서 보면 필요한 것을 얻은 사람은 극히 평범한 도로시 한 명뿐이다.

나머지는 이미 가지고 있거나,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그것을 원했고, 그것을 통해 기뻐한다.

 

실제로 아무런 효과가 없는데도 마음가짐에 의해 효과가 나타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의외로 이런 동화에서의 일들은 현실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비록 의료계통에서는 이러한 플라시보 처방은 금지되어 있지만 말이다.

살아다가 보면 정말 많을 일들을 경험한다. 좋은 일, 슬픈 일, 기쁜 일, 힘든 일 등.

그리고 우리의 머리는 안타깝게도 좋은 일보단 나쁜 일들을 더 많이, 오래 기억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플라시보 효과는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하나의 처방일지도 모른다.

 

진실은 때론 잔혹하다. 그때마다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들도 있고,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과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배제를 하는 것은 도움이 많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고는 한다.

 

긍정과 믿음이 주는 힘은 생각보다 대단하다. 그것을 통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루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만약 지금 무언가 힘든 일이 있다면 나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행동해보는 것을 어떨까?